버클리대에 13억원 기부… “꼭 한국 관련 책만 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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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대에 13억원 기부… “꼭 한국 관련 책만 사 달라”

최고관리자 0 1299 2023.03.2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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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포틀라밸리의 자택에서 만난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 

그는 미 UC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에 한국과 관련된 책만 사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김성민 기자 © 제공: 조선일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한인 1세대로 꼽히는 이종문(95)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한국 관련 책만 사라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동아시아도서관에 100만달러(약 13억원)를 기부했다.

이 회장은 실리콘밸리 주류 사회에서 처음으로 크게 인정받은 한인으로 꼽힌다. 1982년 실리콘밸리에 테크 업체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를 세워 수천억원의 자산을 일궜고, 2005년엔 전 재산 사회 환원을 약속하고 실천하고 있다.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은 인문·사회·과학 연구 자료만을 소장한 연구 도서관이다. 이 회장은 “미국 내에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에 대해 정확히 아는 지한파 연구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K팝·K드라마 등이 화제를 모으며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적은 없었다”면서 “위상을 드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한국 관련 책 구입’으로 기부 목적을 정해준 것은 미국 내에 한국학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버클리대 동아시아도서관의 경우 중국과 일본, 한국 관련 책 비율은 5대4대1 정도다. 이 회장은 “자료가 워낙 없다 보니 미국 학자들이 한국을 연구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학자가 저술한 자료를 참고하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동북공정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가 중국 정부와 중국 입장만을 읽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미국 내 한국학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 축소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을 듣고 이해가 어려웠다고도 했다.

버클리대 측은 한국과 관련된 책만을 사라는 지정 기부는 북미 도서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자료를 사라는 기부금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이번 기부는 한국학 연구와 한국과 관련된 미국의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1928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지만 해방 후 일본으로 떠난 일본인들이 버린 책을 주워다 읽을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간 뒤 정부 지원을 받아 1958년 미 밴더빌트대로 유학을 가 도서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도서관 사서 1호이기도 하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의 셋째 형은 제약사 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이다. 이종문 회장도 종근당에 합류해 1968년 국내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해외 수출까지 이뤄낸 항생제 ‘클로람페니콜’ 개발에 참여했다.

3선 개헌 이듬해인 1970년 정부에서 일하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그는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실리콘밸리에 정착한 그는 미국 골프채와 패션 아이템을 일본에 수출하는 사업을 거쳐 54세 나이에 테크 업체인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를 설립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당시로선 혁명적인 IBM PC와 애플 컴퓨터의 호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1988년에는 그래픽카드도 출시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1995년 뉴욕 증시에 상장된 뒤 지분 매각으로 1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이후 벤처투자사 암벡스벤처와 재단을 세우고 기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회장이 기부를 하며 이루고 싶은 목표는 미국 내 한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정확하게 아는 것과 고국의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인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아시안박물관에 1600만달러를 내놓았고, 스탠퍼드대 국제학 연구소에도 400만달러 이상을 건넸다. KAIST, 고려대 등 국내 대학과 재미교포 자녀 장학사업단체 등에도 요청이 있을 때,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수십억원씩을 선뜻 기부했다.

이 회장은 “몇 푼 있는 거 한국과 한국 사람을 위해 전부 내놓겠다는 것”이라며 “나와 내 자식만 잘 먹고 사는 그런 인생은 별로라고 믿고 살았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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