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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걸과 영화 찍은 유연석 "윤여정 선생님 보며 아카데미 욕심나"

최고관리자 0 1289 2022.03.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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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중앙일보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주인공 형사 역에 배우 유연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본드걸 출신 올가 쿠릴렌코가 국제 법의학자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 주연 유연석을 개봉을 하루 앞둔 29일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어를 주로 쓰고 프랑스어‧한국어 통역도 오갔어요. 프랑스 제작진들은 해외 촬영이다 보니 스태프 규모가 단출했죠. 이렇게 간결하게도 찍을 수 있는데 그동안 너무 거창한 (촬영)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나. 이 영화를 통해 글로벌한 작품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감독 드니 데르쿠르)으로 처음 글로벌 작품에 출연한 배우 유연석(38)은 개봉(30일) 전날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 제작진이 만든 한국식 범죄 스릴러. 유럽 대형 배급사 카날플러스가 투자‧배급하고 프랑스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아 제작 국적은 프랑스지만, 사건 무대는 한국이다. 유연석이 연기한 주인공은 한국 형사 진호. 그는 심포지엄 참석차 서울에 온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와 신원 미상 변사체 사건을 공조 수사하며 남다른 감정이 싹트는 경험을 한다. 할리우드 첩보 영화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 출신인 올가 쿠릴렌코가 공동 주연하고, 한국 활동 중인 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했다. 예지원이 한‧프랑스어 동시통역가 역, ‘오징어 게임’의 인도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단역 등을 맡아 2020년 9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안팎에서 촬영했다.  


 

"탄력적 촬영, 佛감독 함께 뛰더군요"

 

유연석은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드니 데르쿠르 감독과 만난 뒤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감독님 전작 ‘페이지 터너’(2006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초청)나 다른 작품을 봐도 상황을 귀결시키거나 감정을 드러나게 표현하지 않는 연출을 하셨는데 ‘배니싱’도 그런 스타일의 열린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도 “에너지 넘쳤다”고 돌이켰다. “촬영감독님도 거의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뛰면서 촬영했고 감독님도 모니터를 손에 들고 같이 뛰면서 연출했죠. 그런 호흡을 이어받아 빠른 시간 내에 찍을 수 있는 탄력감이 있었어요.”

 영화는 ‘매운맛’ 한국 범죄물에 길든 관객에겐 너무 ‘순한 맛’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장기 밀매 조직까지 뻗어 나간 전개 방식은 닮았지만 사건의 밀도, 긴박감이 덜한 편이어서다. 데르쿠르 감독은 지난 8일 화상 제작보고회에서 “한국영화 ‘추격자’(2008)와 ‘살인의 추억’(2003)을 참고했다”면서 “한국과 유럽의 두 문화를 섞어 범죄 영화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취미로 마술하는 낭만파 형사의 스릴러 

 

유연석은 “어떤 장면은 한국영화처럼 보였다”며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했다”고 했다. 한눈에 반할 만한 말끔한 외모에 취미가 마술인 낭만파 형사도 한국영화에선 드물었던 캐릭터다. 유연석은 “잠복근무에 찌든 거친 형사보다, 한국을 찾은 법의학자 알리스가 호감을 느끼는 매력적인 모습이기를 감독님이 바라셨다”고 했다. “마술은 어려운 마술은 아니어서 현장에서 틈틈이 배웠다”고 했다. 또 “감독님, 촬영감독님이 도심의 남대문, 남산 소월길 같은 공간을 보며 너무 멋있다고 하시는 걸 보고 익숙했던 서울 풍경이 새삼 아름답게 보였다”고 했다.  




쿠릴렌코는 매니저 없이 혼자 한국에 와 자가격리를 거쳐 촬영에 임했다. 극 중 알리스가 명동‧남대문‧한강 등을 보고 떡볶이를 맛보는 장면은 실제 그의 일상이기도 했다. 촬영 기간 유연석이 공연 중이던 뮤지컬 ‘베르테르’를 다 같이 관람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인 아버지,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그는 10대 시절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모델로 활동해왔다. 프랑스어‧러시아어‧영어 3개 국어에 능하고, 간단한 이탈리아어‧스페인어도 한다. ‘배니싱’에선 유연석과 함께 아이디어를 내 한국말로 “잘 자요”를 배우는 애드리브 대사도 소화했다. 


'본드걸' 쿠릴렌코와 언젠가 마블 악역 꿈꿔 

 

내한 촬영 당시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쿠릴렌코는 “유연석은 친절하고 놀라운 배우”라 칭찬했다. 이에 유연석은 “올가가 혼자 힘들었을 텐데 낯선 환경에 금세 적응하더라.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여러 국적 스태프와 소통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에 출연한 쿠릴렌코와, 언젠가 마블영화로 만날 수 있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다면서다. “히어로보다 더 재밌을 것 같아요.”(웃음)

유연석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2003)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20년 차. 지난 2년간 유난히 출연작이 몰려 “쉴 새 없이 일만 했”단다. 팬데믹 기간 주연영화 개봉만 ‘배니싱’이 3편째다. ‘강철비2: 정상회담’(2020) ‘새해전야’(2021)에 이어 차기 영화 ‘멍뭉이’도 촬영을 마쳤다. 드라마도 지난해 시즌2 방영을 마친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에 이어 윤종빈 감독의 첫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 출연했다. 자연히 외국어를 배울 기회도 있었다. 4년 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에서 일본어를, 영어는 틈틈이 공부했다. ‘수리남’에도 영어 대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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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중앙일보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신원 미상 변사체가 발견되자, 담당 형사 진호(유연석)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와 공조 수사를 벌이게 되는 범죄 스릴러다.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은 신원 미상 변사체가 발견되자, 담당 형사 진호(유연석)가 국제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와 공조 수사를 벌이게 되는 범죄 스릴러다. [사진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유연석은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오징어 게임’도 그렇고, K콘텐트가 글로벌하게 사랑받으면서 지금까지 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의 작업이 생겨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시상할 때 수어를 하셨다는 기사 보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한국 배우들이 해외 시상식에 초대받고 후보에 오르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 정도죠. 자랑스럽고 저도 막연하게나마 꿈꿔보게 돼요. 아카데미 무대, 욕심나죠. 윤여정 선생님 보면서 저도 아직 시간이 있구나, 여유 있게 좋은 작품 해나가면 언젠가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나원정 기자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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