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입은 남자” 봉태규→조권, 젠더리스 패션 열풍

수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들이 바지 유니폼을 입기 위해 저항하고 남자아이에게 핑크색을 입히면 손가락질 받던 때가 있었다.
현재도 남성의 화장이 성소수자 상징처럼 여겨지거나 여성의 쇼트커트가 특정 가치관과 동일시되는 문제 등이 남아있지만, 동시에 '젠더리스(성과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옷차림을 즐기는 새로운 패션 경향)' 문화가 패션, 뷰티계를 선두로 퍼져나가며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젠더리스 아이콘'으로 새로운 문화를 견인하는 데에 앞장선 연예인들 공이 컸다.
그중 한 명은 배우 봉태규. 봉태규는 지난 2020년 SBS '펜트하우스' 제작발표회에서 치마를 착용하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봉태규는 아들 시하에게 보여주기 위해 치마를 선택했다고 밝히며 "저 당시에 시하가 파란색같이 남자 애들이 좋아하는 색만 좋아하더라. 시하가 어릴 때는 이런저런 색깔을 좋아하다가 크면 클수록 '남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졌다. 그래서 시하한테 남자도 치마를 입을 수 있고,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직접 입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특히 치마 패션을 두고 한 매체 기자가 '선을 넘은 패션'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을 두고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너무 편하더라. 진작 입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라도 치마의 실용성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반박하며 "어떤 경계가 사라진다는 건 개인에게 놀라울 만큼의 자극을 주고 새로운 우주가 펼쳐지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봉태규표 패션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진행된 tvN '판도라:조작된 낙원' 제작발표회에서는 허벅지를 드러낸 가죽 쇼트팬츠에 니삭스와 부츠를 착용했다. 근육질의 탄탄한 각선미를 과감하게 드러내 여배우 못지않은 시선 강탈을 불렀다. '펜트하우스' 제작발표회로부터 약 3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여론은 분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것이라 여겨지던 패션에 발을 들인 봉태규에 난감하다기보단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봉태규가 아니면 누가 소화하겠냐"는 칭찬도 나온다. 슬하에 1남 1녀를 키우며 남성과 여성의 구분보다는 건강한 가치관을 가르치고 싶어 한 아빠의 올곧은 소신과 실천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봉태규의 젠더리스가 아빠의 도전이었다면, 조권의 젠더리스는 취향이자 자신감이다. 오랜 하이힐 사랑으로 유명한 조권은 "힐을 신고 춤을 추면 자신감이 상승하고 히어로가 된 듯한 희열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오르는 건 애교, 하이힐과 함께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바이크를 타는 등 서인영의 계보를 이은 '하이힐 스타'가 됐다. 뿐만 아니라 네일아트도 즐기고 여장 콘셉트도 척척 소화한다.
조권은 "패션에 성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이한 게 아니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권의 행보에 배우 김혜수가 하이힐을 직접 선물하며 팬심을 드러낸 적도 있다고.
머리 모양이나 취향으로 남녀를 나누는 것은 고정관념을 넘어 이제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학생의 바지 교복이 더 이상 일탈이 아니듯이 남성의 치마와 하이힐도 문란이 아닌 문화로 받아들여질 날이 머지않았다. 남녀 패션은 물론 고정적인 성 관념의 해방까지 견인하고 있는 젠더리스 패션의 다음 주자는 누가 될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봉태규 SBS, tvN 제공/조권 뉴스엔DB)
이해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