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뒤로 하고 '커피 한잔' 임원 뭇매…논란의 '배경샷'
태국 톤부리헬스케어그룹의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트파니치. [사진 SNS 캡쳐]
사진 촬영의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 될까? 태국에서 한 기업 임원이 공장 노동자들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린 사건에 누리꾼들 사이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태국 톤부리헬스케어그룹의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트파니치가 이 같은 행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푼트파니치는 지난달 24일 카페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며 미소 짓는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
사진 속 푼트파니치 뒤로는 큰 유리창 너머로 근무 중인 담배 공장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한 구역에 마련된 것"이라며 "여기선 노동자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러한 행동을 비판하며 "사진 속 모습은 마치 '인간 동물원'을 연상시킨다", "양극화가 심한 태국 사회의 축소판 같다"는 의견이 오갔다.
논란이 거세지자 푼트파니치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지적은 얕은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고 오히려 공장 노동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할머니가 담뱃잎을 분류하는 일을 했으며 이 카페의 풍경이 어린 시절 담배 공장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카페 측도 이 공장은 카페 주인의 가족이 대대로 운영해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카페 측은 SNS를 통해 "공장 공간 일부를 카페로 개조했으며 담배 공장에 담긴 이야기와 노동자의 작업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유리창을 설치했다"고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역사 깊은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며 모든 근로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공장 직원들은 공정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단지 '쇼'를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지켜보고 동의 없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건 인권을 침해하는 것", "생계를 위해 존엄성까지 희생한 점이 더욱 잔인하다" 등의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