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後 치열했던 16일…李대통령 "내부 부당압박 힘들었다"
'팩트시트 지연' 3大 쟁점…우라늄 농축·사용후핵재처리·핵잠 지목
李대통령, 野겨냥 "실패하기 기다려 공격하겠다는 심사 없어져야"
"버티기는 우리의 유일한 최대 무기…늦었다고 혹 지탄하지 않길"
한미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 내용을 담은 문서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14일 발표되기까지 양국 정상회담 이후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치열한 물밑 샅바싸움이 전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의 종료를 선언한 이날 팩트시트 발표는 한미 정상이 지난달 29일 경주 회담에서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지 16일 만이다.
정상 차원의 큰 틀의 합의가 있었던 만큼 이를 토대로 한 공식 문서 발표가 곧장 있으리라는 전망이 당초 제기됐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닷새 뒤인 지난 3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이번 주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도 "언어와 자구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발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양국 간 이견이 거의 없다'는 당국의 거듭된 설명에도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핵심 사안에 대한 입장 차로 인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다 전날 양국이 최종 문안에 합의해 발표가 임박했다는 기류가 감지됐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전격적으로 팩트시트 내용을 직접 발표하며 일단락됐다.
이처럼 양국의 '미세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진 배경으로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안보 분야 3대 쟁점이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핵잠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상 간 기본적인 합의를 토대로 한 세부 문구 작성 과정에서 미국 정부 내부에서의 이견 조율 절차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됐다.
물론 한미 간에도 팩트시트에 담길 내용의 범주에서부터 문구 세부 조정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아주 미세한 분야까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며 협상의 난도를 강조했다.
위성락 안보실장도 발표 지연 경위에 대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한 건 지난 8월 랭귀지(문구) 합의가 다 됐지만 당시 관세 협상이 덜 돼 (관세와 안보 분야를) 함께 발표하려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무역과 안보라는 거대 분야에 대한 한미간 협상을 일괄적으로 팩트시트에 담으려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위 실장은 또 "경주 정상회담 때 미국에서 일부 재론을 제기했고, 핵잠 부분도 추가됐다"며 "이후 마지막 순간까지 우라늄 농축,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논의가 다시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협상 지연에 대한 야권 등 국내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듯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해 무능하다', '상대방 요구를 빨리빨리 들어주라'는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상황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국익과 대외 관계에 관한 한 정쟁 대상으로 삼아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실패하기를 기다려 공격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내부의 부당한 압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힘센 강자와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뒤에서 자꾸 발목을 잡고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하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유일한 힘, 최대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유일한 조치로, 늦었다고 혹여라도 지탄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 일대일 협상에서 힘과 시간에 떠밀려 합의문에 서명할 경우 국익 훼손이 불 보듯 명확한 상황에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려 최대한 인내를 갖고 버티다 보니 시간이 적잖이 소요됐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인 셈이다.
동시에 마치 정부의 실패를 기다리는 듯한 야권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