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CES는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했는가?

왜 CES는 라스베이거스를 선택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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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기술쇼가 ‘사막의 도시’를 고집하는 이유

베가스조아뉴스 | Evan Kang 기자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는 관광 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의 수도’가 된다. 세계 유수의 기술 기업, 투자자, 정책 결정자, 언론이 한자리에 모이며 이곳에서 공개되는 혁신은 몇 년 뒤 우리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CES가 있다. 하지만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왜 하필 라스베이거스일까?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도시는 어떻게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의 본거지가 되었을까.


CES는 1967년 뉴욕에서 작은 가전박람회로 출발했다. TV, 라디오, 스테레오 같은 기초 가전제품을 전시하는 행사였지만 기술 발전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고, 참가 기업과 관람객 규모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겨울의 뉴욕은 날씨와 공간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CES는 더 큰 무대를 필요로 했다. 따뜻하고, 넓고, 동시에 수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그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 도시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였다. 1980년대 후반, CES가 라스베이거스를 본격적인 베이스로 삼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 행사는 단순한 박람회를 넘어 ‘테크 문화의 중심축’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수용력이다. 스트립을 따라 이어지는 수십 개의 대형 컨벤션홀, 수만 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들, 행사 기간 도시 전체가 전시장처럼 움직이는 구조는 다른 도시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환경이다. 매년 15만 명 넘는 참가자를 받아내는 CES 규모를 생각하면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들이 왜 대안이 될 수 없는지 명확해진다. 라스베이거스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CES가 이 도시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루게 된 이유는 또 있다. CES는 단순히 전시 공간만 필요한 행사가 아니다. 기업들은 부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비공개 미팅을 진행하고, 기자 대상 시연회를 열고, 투자자와 협상을 이어간다. 라스베이거스는 “하루에 7개의 미팅을 잡아도 가능한 도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동 동선이 짧고 효율적이다. 스트립을 따라 호텔만 옮겨도 바로 다음 회의가 가능한 도시 구조는 CES의 생산성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라스베이거스 특유의 개방적이고 대담한 분위기는 기업들로 하여금 혁신적인 신제품을 과감하게 공개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CES는 이곳에서 수많은 기술 역사를 써 내려갔다. VCR, 캠코더, DVD, HDTV, Xbox, 드론, 자율주행 기술, 스마트홈, 인공지능까지—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기술 대부분이 CES의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처음 세상과 만났다. 이 무대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장소가 아니라, 기술이 세상에 태어나는 출발점이자 미래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창구다.


라스베이거스와 CES는 서로를 성장시켰다. CES가 규모를 키워가면서 라스베이거스는 관광 도시를 넘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이미지가 달라졌고,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컨벤션 인프라와 도시 구조는 CES가 세계 최대 기술쇼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두 주체는 지난 수십 년간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CES는 전문가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앞으로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장 먼저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다. 라스베이거스의 따뜻한 겨울 속에서 ‘미래가 탄생하는 순간’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CES는 한 번쯤 꼭 방문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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